XX
서사란
아무튼 민망합니다.

조성하라는 사람…

허연의 시, 천국은 없다 ‘신념은 식고 탑은 무너진다. 무너지는 건 언제나 상상력을 넘어선다. 먼지 휘날리는 종말의 날은 아주 짧다
- 모두 다 보여준 것 같아도 전부 보여준 인간은 여태껏 없다, 거짓말을 할 뿐이다.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상처에도 자존심은 있는 법
허연: 문학수첩(2009가을호) ’


조성하는 많은 사람에게 ‘잘 보이는 사람’이다. 가진 게 없어 열등감도 질투심도 많지만 자신을 드러내진 않는다. 그게 성하의 처세술이고 자존심이다.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자신을 숨기고 자신이 느끼는 바와 반대로 행동해야한다. 사실은 예민하고 까다롭다. 
싫어하는 것도 많고 세상에 불만도 많다.


선배에게 고분고분해야 할 이유를 모르지만 저자세로 들어가 점수를 따낸다. 후배에게 친절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먼저 나서 도움을 주고 호감을 얻는다.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이다.

 
원상과 재회하기 전까지 성하의 사랑은 자신을 전부 바친 듯 하고 순간에 충실한 듯 보인다. 
그러나 성하는 한 번도 사랑에 전부를 걸어본 적은 없다. 자신의 추한 부분을 숨겨놓고 상대가 보고 싶어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사랑이란 항상 미적지근하고 어중간한 감정이다.
성하는 아직도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모른다. 
두 사람의 관계…

같은 대학을 다녔음에도 서먹한 사이였다. 
사회생활에 힘쓰던 성하와 다르게 활동적이지 못한 원상이었기에 마주칠 일이 잘 없었다. 
어쩌다 술자리에 같이 있어도 관심이 서로에게 향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성하의 기억 속에 원상은 흐리멍텅하게 남아있었는데.

영화 이후 - 윤식이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회사를 차리며, 집에서 같이 살게 된 원상을 데리고 일을 시작했을 거라는 가정으로 서사를 서술합니다.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주워봤습니다.)

정규직 전환에 다시 실패한 성하는 일자리를 찾다 윤식의 회사에서 면접을 보게 된다. 
윤식이 아끼는 듯 보이는 원상의 덕을 어떻게든 보려고 친한 척도 해보고, 술약속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원상은 술자리에 앉아있다가도 윤식이 전화를 하면 가봐야한다 일어나고, 집에서 식사를 같이하기로 했다며 약속을 거절하기도 하고.  

원상의 태도에 성하는 묘한 오기가 생긴다. 윤식과 원상의 관계는 꼭 아버지와 아들 같기도 한데 기껏해야 직장상사를 왜 그렇게까지 따르는 건지. 자꾸만 원상에게 뒷전이 되는 기분에 자존심도 상하고.

성하는 어떻게든 원상에게 윤식보다 우선이 되고 싶다. 자신의 삶에서 원상 만큼이나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기가 아니라 더 묘한 감정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원상에게 연장자로서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집을 내어주기도 하고. 성하는 줄 수 없는 것들을 줄 수 있는 윤식에게 질투심을 느낀다.